한국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에서 놓치고 있는 것
*이 글은 외부 필자인 이복연님의 기고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평소 이야기하던 스타트업이 아닌,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대기업의 시선에서 성장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대기업의 신사업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일을 하다 보니 반복해서 듣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자원 가운데 새로운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기업 입장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오랫동안 R&D에 투자하면서 확보한 기술이 있고, 특허와 생산설비가 있습니다. 기존 고객과 공급망도 있습니다. 어떤 기업은 내부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자산을 기존 사업에만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에 적용하면 훌륭한 신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만난 많은 대기업들이 '내부 보유 기술과 자원의 사업화'를 신성장동력 발굴의 중요한 전략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신사업 아이디어를 찾는다고 하지만 출발점은 대부분 회사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연구소가 무엇을 잘하는가. 우리 공장에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 어떤 특허를 가지고 있는가. 기존 고객에게 무엇을 더 팔 수 있는가?" 그리고 이렇게 내부 자원과 새로운 사업을 연결하는 것을 흔히 '시너지'라고 부릅니다. 틀린 접근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 대기업이 굉장히 잘해온 성장 방식입니다. 한국 기업이 가장 잘하는 무기 'Build' SK하이닉스를 부활시킨 HBM은 AI 열풍이 시작된 뒤 갑자기 만들어낸 기술이 아닙니다. 1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내부에서 기술을 축적했고,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리면서 그동안 쌓아놓은 기술과 생산역량의 가치가 폭발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