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양복의 메카 영국 '새빌 로'가 코로나에 대처하는 방식
*이 글은 외부 필자인 김선우님의 기고입니다. 일본어로 신사복은 ‘세비로(せびろ)’입니다. 이 말은 영국 런던의 고급 맞춤 양복점들이 있는 거리 새빌 로(Savile Row)에서 유래했습니다. 양복을 파는 서양의 한 거리 이름이 동양 한 나라 언어의 ‘양복’이라는 단어가 된 셈이죠. 그 거리가 얼마나 맞춤형 양복의 대명사와 같은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새빌 로는 그만큼 서양 남성 정장의 역사가 녹아 있는 곳입니다. 턱시도와 보울러 햇(bowler hat, 중산모)이 만들어진 곳도 새빌 로입니다. 영화 ‘킹스맨’에서 본부로 가는 비밀 통로의 역할을 하는 곳은 헌츠맨이라는 양복점이에요. 헌츠맨은 바로 새빌 로에 있는 유명한 가게죠. 새빌 로는 그야말로 서양식 남성 정장에 관련해서는 어마어마한 전통과 자부심이 녹아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빌 로는 1731년 런던의 도심을 재개발한 벌링턴 백작 3세의 아내 ‘도로시 새빌’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처음에는 주거지였지만 재단사들이 모여들면서 남성 양복 패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1780년부터는 영국 왕실의 관복이나 군복을 주로 제작하면서 이름이 났고 이후 영국 신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이 됩니다. 보 브루멜이라는 테일러(재단사)는 실크 대신 울로 남성복을 만들고 처음으로 상하의 원단을 통일해 맞춤 정장의 새로운 기원을 열었고,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드레스를 직접 만들었던 하디 아미스는 기사 작위까지 받았어요. (참조 - [만파식적] 새빌 로) 전통은 현재에도 이어집니다. 새빌 로의 손님은 영국 왕실 사람들에서부터 런던 금융권에서 일하는 부자들, 갱스터까지 다양합니다. 저 유명한 비틀즈의 앨범 ‘애비 로드(Abbey Road)’의 앨범 사진에 나오는 비틀즈 맴버 4명 중 3명이 새빌 로에서 만든 옷을 입고 있죠.